1차/다투라

귀향

notion5846 2025. 1. 11. 00:03

오랜만의 숲이다! 다투라는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곧바로 여왕에게로 달려갔다. 땅에 발을 묻고 뻗어오는 가지를 얼굴에 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밖에서 먹을 것들의 에너지를 넘겨주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언어가 아닌, 신호로 주고 받는 식물의 대화. 여왕 아래 자리 잡은 다투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벌레가 울고, 산짐승들이 내는 바스락 소리가 울린다. 여기가 숲이다. 다투라 족의 씨앗이 숲에 자리를 잡고 발아한다. 여왕을 중심으로 숲에 터를 잡고 성장한다. 성장한 여왕에게서 동족이 태어나고 숲에서 살아간다. 가끔, 거대한 여왕을 보고 신목이니, 뭐니 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스스로 받쳐지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젠 없나 보다.

 

요샌 먹이 구하는 것도 힘들다. 밖에서 오는 이들이 없다. 결국 나가서 데려와야 하는데 요새 도시는 너무 밝다. 그리고 너무 많이 알아서 속이기도 힘들다. 요원 일을 하면서도 에너지를 틈틈히 가져오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동족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여길 떠날 여왕을 위해서.

 

"야."

"오랜만이네요."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으려니 다가 온 요원을 알고 있다. 자신이 잡아 먹은 요원의 동료.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그 눈 보기 싫다고 감으라고 한 요원. 뒷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내 친구가 먹힌 그 숲에 얼마전에 성묘 삼아 갔는데 말이야 거기 없어졌더라. 아니, 숲은 있는데 안에 니네 동족들은 안 보이더라. 니네 식물이라면서 이동도 하냐?"

"어머니가 이동, 했나 보네요."

 

말을 하다가 멈췄다. 어머니가 떠났으니까 남은 동족들은 당연히 사라지지. 사라, 지는, 것이 당연한데 나는 왜 여기 있지? 단 한 번도 숲과 어머니와 자신을 떼어 놓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숲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 뿌리니까.

 

"이동도 해? 야, 너 표정 완전 엉망이다?"

"아-."

 

왜 나는 아직 여기 있는 거지? 왜 말라버리지 않았지? 왜? 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속에서 뭔가, 뱃속이 부글부글 끓는 거 같은 감각.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왜 내가 아직 여기 있지? 마치 3차원의 주민이 2차원에 집어 던져 진 것처럼 이해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지금 자신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다투라는 혼란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내 숲은, 내가 돌아갈 곳은, 어디에? 나는 왜 아직 여기 있지? 당연히 말라버려야 하는데, 나는 살아 있나? 살아, 살아, 살아서? 살아있다는 건 숲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뭐란말인가왜나는혼자남았지나는이제무엇을해야하지내가먹은에너지들은이제누구한테줘야하는거지나는나는나는나는나는뭘해야지

 

"괜찮습니까?"

 

흘러가는 의식이 멈춘 건 부르는 목소리었다.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 다투라는 지르던 비명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손에는 케익 상자를 든 이터가 다투라를 부르고 있었다. 주변의 뚝 떨어져서 이쪽으로 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이터의 등을 밀고 있었다.

 

"그, 다른 분들이 불러서 왔는데 무슨 일 있습니까? 혹시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

"이터씨..."

 

여전히 감정이 끓어올라서 탁탁 내려치던 다투라와 뭔지 모르겠고 엉겹결에 등이 떠밀린 이터를 요원들은 그대로 가게 밖 야외 의자로 쫓아 보냈다. 동기냐고 물었길래 대답했을 뿐인데 갑자기 냅다 상담 분위기가 잡히다니. 위로는 할 줄 모르는데 이터는 그런 생각을 하며 케익 상자를 열었다.

 

"드시겠습니까?"

 

횡설수설 이야기를 하던 다투라가 말을 멈추고 이터가 내미는 포크를 받았다. 일단은 동기니까 이야기 정도는 들어 봐 줄 수 있겠지. 이터는 자신도 포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