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가는 팔을 보면서 통각 시스템을 끄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리베는 남은 손을 들어서 다가오는 심을 만류했다. 뒤에서 쫓아오는 경찰를 보던 심이 자신을 보는 것에 리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부르는 부하들에게로 달려가는 심에게서 등을 돌려 리베는 경찰들 앞을 가로 막아 섰다. 자신보다 조직의 수장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 않나.
경찰들이 뭐라고 하는 거 같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았다. 한 번 더 공격이 날라왔다. 다리가 날라갔나? 몸이 쓰러진다. 다가오는 경찰의 발목을 잡는다. 누군가가 뭐라고 말을 하는 거 같은데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전원이 꺼졌다.
다시 전원이 들어 왔을 때 이상한 일이지만 안도를 느꼈다. 안도를 느끼는 안드로이드라니! 스스로에게 이상함을 느끼면서 그는 자신의 데이터가 그대로인 것에 안도하며, 머리만 남겨져서 책상 위에 올려진 자신의 처지에 잠시 심이 이걸 보면 엄청 웃을거라고 예상했다.
"저거 이전에 도둑 맞은 그 P시리즈 맞지?"
"아직 개인정보도 남아 있을테고 국가 소유인데 우리가 손 대기에는 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게다가 그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방화벽이 너무 복잡하더라구요. 뭐 저런 프로그램이 다 있어."
연구원 c가 호언장담한대로네, 리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차피 폐기 될 물건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제 주인이 계속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책상 위 다른 컴퓨터와 연결 되어서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경험은 안드로이드지만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볼 수 있는 자료는 없었고, 이윽고 자신을 제 몸체와 상자에 담는 것을 보면서 리베는 폐기를 각오했다.
덜컹이는 상자 안에서 이동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심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생생하게 생각나는 그 얼굴.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체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 그래도 무사히 도망쳤다면 다행이지. 덜컹덜컹 거리던 상자가 멈추었다. 폐기처리장에 도착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상자가 열렸다.
"고장난 건 아니겠지?"
애석하게도 음성 출력 장치가 고장나서 아무런 말 조차 할 수 없었지만 제 표정이 뭔가 말했는지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주위에서 화약 냄새가 감지 되었지만 곧바로 심이 자신을 커다란 캐리어에 넣었기에 그것을 못 본 걸로 하기로 하였다.
"자, 돌아가자."
그 목소리에 안도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