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시아

시아온유

notion5846 2025. 1. 9. 13:58

꿈을 꾸었는데 그 꿈 속에서 나는 산더미 같은 짐들을 보고 있었어. 내 키보다 높이 쌓인 그 물건들은 하나 같이 과거에 내가 쓰던 물건이거나, 가족들이 쓰던 물건들이었어. 그 더미들을 뒤지면서 나는 기억들을 더듬어 가고 있었어. 물건들 하나, 하나 어디에서 썼던 물건인지, 언제 쓴 물건이 전부 생각이 나더라. 동생이 졸업식에서 쓴 꽃다발, 아버지의 넥타이, 어머니가 자주 입던 바지, 우리집 벽에 걸린 꽃병 그림, 내가 만든 적 있는 점토 그릇 같은 나도 잊고 있던 기억들 사이에서 한참 물건들을 뒤지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났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거 같더라. 동생이었어. 동생이 등 뒤에서 물었지. "뭘 찾고 있는거야?" 하고 묻는데 나는 한참 아무 말 못 했어. 스스로도 뭘 찾는지 기억이 안 나서 멍하게 있다가 한 대답이 총이었어. 대답하니까  동생이 완전히 어이 없다는 식으로 소리를 치더군. 뒤는 안 돌아봤어. 얼굴을 보면 울 거 같았거든. 아니면 꿈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나는 동생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어.

 

총, 그래, 난 총을 찾고 있었어. 약속 했으니까. 너랑, 같이 가준다고 그 약속이 생각나서 총을 찾고 있다고 그리 설명했더니  그 녀석 웃더군. 그리고는 왜 약속을 지키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그거 고민하면서 나는 총을 찾다가 깼는데 네가 날 보고 있는거야. 아니, 그렇다고 지금 죽자는 이야기가 아냐. 네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좋아. 하지만 아니지? 그래, 그리고 방금 그 일을 꿈이었다고, 꿈.

 

"근데 저도 궁금해요. 왜 그런 약속을 지키려고 하신거예요?"

 

꿈속에서도 고민하고, 눈 뜨고도 생각해 봤는데 답은 하나밖에 없지 않아?

 

"뭔데요?"

 

사랑해. 사랑해. 들어 봐, 네가 웃으면 옆에서 같이 웃고, 네가 살아가는 곳 어디든지 내가 같이 살아가고 싶어졌어. 이리와봐. 안고 있을래. 아니, 애 취급하는 건 아니고. 전부 다 말할게. 전부 다. 말해야지, 응. 너를 사랑해. 너를 동생에 투영해서 좋아한다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너를 좋아해. 아주 작고, 작은 나의 사랑. 나의 온유.

 

"형?"

"사랑해."

 

너를 안고 어쩌면 보름 밖에 남지 않을 인생의 마지막까지 갈 수 있어. 손 꼭 잡고 마지막 길을 걷자. 길 마지막까지 우리 같이 가자.

'1차 > 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아온유  (0) 2025.01.17
킬러au  (0)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