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시아

킬러au

notion5846 2025. 1. 10. 23:52

날씨가 참 좋은 날이었다. 시아는 온유에게서 받은 총탄을 장전하면서 물었다. 괜찮아? 온유는 대답 대신 웃었다. 시아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없고, 눈이나 비도 없고, 조준경 넘어로  목표가 확실하게 보인다. 방아쇠를 당겨 상대의 머리를 날리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날이었다.

 

볼래? 그리 물어보면서 시아는 온유에게 조준경이 달린 총을 넘겨 주었다. 조준경 넘어, 머리가 날라간 시체를 살펴보던 온유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총을 시아에게 내밀었다.

 

"솜씨가 좋으시네요."

 

온유의 물음에 시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 천지 나보다 솜씨 좋은 애들이 더 많지 않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총을 다시 분리해서 가방에 담았다. 누군가가 오기 전에 어서 떠나야지. cctv 같은 건 이미 조직에서 손을 써놨을테니 걱정 없다. 목격자만 피하면 된다.

 

 자신을 따라오는 온유의 머리를 한 번 쓰담은 시아는 제법 이 친구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상대도 자신처럼 조직에 몸 담은지 꽤 되는 친구지만 말이다.

 

"저는 지금까지 작은 심부름들만 해왔거든요."

"어쩌다가 암살쪽으로 이동한거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암살부에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래도 복수 같은 걸까. 시아는 자신을 보는 아이를 보았다. 자신을 얌전히 따라오는 것이 어째서인지 레서판다 같은 동물들이 생각나 다시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어차피 허구한 날 사람이 죽어가는 뒷골목 조직단 사람인데 자기나 저쪽이나 똑같이 닳고 닳은 사람일텐데 어째서 이렇게 신경 쓰이는거지? 레서 판다 같아서 그런가?

 

"무슨 생각 그리 하세요?"

"아니, 아무것도."

 

대기해 둔 차의 운전석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뭔가 귀여워서 시아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귀여운 후배가 들어온 기분은 학창 시절 이후 처음인데 말이야.

 

"이름이 온유라고 했던가?"

"네!"

"너, 코드네임 레서 판다로 할래?"

"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당황해하더니 곧 앞을 보면서 운전한다. 그 모습도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름은 유하시아."

"그거 본명이예요?"

"글쎄? 맞춰볼래?"

 

다소 고민하는 얼굴을 보이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무슨 상관이예요? 라고 묻는 말에 결국 웃어버렸다. 맞는 말이다. 이 바닥에서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

 

"근데 제가 마음에 들어요?"

"티가 나?"

"어, 음,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요."

 

시아는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이 아이를 본 적 있던가? 아니, 본 적 없다. 그치만 이 친숙함은 뭘까. 마치 세계에 단둘이 남아 본 적 있는 거 같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 없는 생각이지만 시아는 더 생각하는 걸 그만 두었다. 아무렴 어떤가, 시아는 조수석에 몸을 파묻었다. 원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개연성 없이 한순간 아니던가.

 

"형이라고 불러도 되요?"

"흐음, 시아형이라고 불러도 돼."

 

헤실 웃는 얼굴이 제법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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