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가면

#앤캐가_살겠다고_널_팔았대_소리들은_자캐

notion5846 2025. 1. 11. 00:08

평소처럼 집무실의 문을 열었더니 평소처럼 가면이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뒷골이 살짝 당기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헤르는 가면을 불렀다. 고개를 돌린 가면은 찢어진 상사의 옷과 피인지 진흙인지 모를 것으로 엉망이 된 그의 머리를 보면서 의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너-."

 

헤르의 물음에 가면은 평소처럼 네, 하고 대답하며 그의 책상 위에 커피를 올려두었다.

 

"너 전에 너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했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가요? 지금 폰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 말은 잊어요."

 

가면은 의자에 앉은 헤르가 제 깃털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가면에게 헤르는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없어져서 자유로워진다면 나를 팔아버릴 수 있냐?"

 

눈이 마주쳤다. 새까만 입 안이 보였다. 더 크게 벌어진 웃음.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저 가면 넘어 있어야 할 그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헤르는 간밤에 자신을 납치했던 패거리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머무는 숙소 위치를 알고 있다는 건 누군가가 자신의 정보를 팔았다는 뜻이고 패거리들은 그것이 가면을 쓴 부하라고 했다. 심문실로 보낸 그 패거리들이 자백하기 전에 자신은 그에게 직접 대답을 듣기 위해서 여기로 왔다. 하지만 질문을 들은 당사자는 그저 웃고 있었다. 탄식 같은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내가? 하고 묻는다.

 

뻗은 두 손이 헤르의 깃털을 천천히 빗기 시작한다. 미지근한 체온이 닿는 것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는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내가 이 몸에 있는 이상 나는 언제나 폰이니까요. 당신이 아는 폰이 그럴 사람인가요?"

"폰이 아닌 너는?"

 

살짝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만 그건 곧 풀린다.

 

"폰이 아닌 나도 생각해주는 건가요?"

"네가 아니면 됐어."

"무슨 일 있었는지 묻지는 않을게요."

"손 치워, 이제."

"커피가 식었네요, 다시 내릴게요."

 

엷어진 커피향이 다시 진하게 난다. 정말로 팔았나? 의문이 다시 들어 헤르난즈는 가면의 뒷모습을 보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자신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나? 자신은 폰이 아니라 그를 가면으로, 타인으로 보고 있었나? 밀려오는 생각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헤르는 이제는 희미해진 그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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