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고공&의진

아보와 고공의 첫만남

notion5846 2025. 1. 15. 16:19

인기척에 고개를 아래로 돌리니 어린 아이가 서 있다. 나름 산채인 이곳에 애가 있는 건 이상한 일인데, 고공은 그리 생각하면서 가지치기 하는 것은 멈추고 평과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손님이 왔나? 근처 상인들이 올 날짜는 아닌데 누구지?

 

"길을 잃었나요?"

"아니요, 이모님이 근처에 계세요. 잠시 여기에서 제일 큰 어른이랑 이야기 한다고 하셔서 기다리는데 큰 나무가 보여서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어요. 제가 일하시는데 실례를 범했나요?"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의 꽤 어른스러운 대답에 고공은 잠시 놀라움에 눈을 뜨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오늘 밭에서 할 일은 다 했고 가지치기도 거의 끝났으니까 잠시 쉬는 셈 치면 되니까 괜찮다. 그보다 이모님이라니? 산적 중 누군가 밖에 가족이 있었나? 고공은 그리 생각하면서 나무 가지에 걸어 둔 보따리에서 당과 하나를 꺼내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먹을래요?"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당과를 받아서 얌전히 먹는 아이에게 고공은 나무가 평과 나무라는 걸 알려주고 자신이 방금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해주며 보따리에서 물을 꺼내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모님이 제일 큰 어른이랑 이야기 하고 있다고 했으니 유소의 손님이겠군. 그는 가볍게 생각하며 아이가 당과를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여기는 산채인데 아이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나? 하긴 이런 애한테 손 대면 유소가 가만히 안 있을테니까, 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찬다.

 

"이모님이 여기에 만날 사람도 있고, 밭에서 재미있는 일도 할 수 있을 거 라고 하셨거든요."

 

주말 농장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짜인가? 아이의 이야기에 고공은 맞장구를 치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할 만한 일이 뭐가 있지. 감자가 아직 밭에 남아 있던데 그거 캐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해보고 싶어요?"

"나무에 올라가는 건 역시 힘들겠죠?"

"나무 올라 가보고 싶어요?"

 

작게 끄덕이는 아이의 대답에 고공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 올렸다. 몇 살이나 되었을까. 10살? 그보다 좀 더? 나무 위는 위험하려나, 아이를 어깨 위에 무등을 태워 가지를 만질 수 있게 하였다.

 

"이 나무는 아직 열매를 안 맺나요?"

"가을이 되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요. 가을에 한 번 더 와보세요."

 

주말 농장에 사과 따기를 추가하자고 해볼까,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려니 아이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더니 큰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이모님!"

 

보호자가 왔다 싶어서 몸을 돌리니 상당히 낯익은 이가 서 있어서 고공은 아이를 얌전히 내려놓고 뒷걸음쳤다. 도망 치고 싶다. 아니, 어른 앞에서 도망치는 건 예의가 아닌데, 그러니까 싫다. 완전.

 

"아보, 얌전히 있었니?"

"네. 이모님, 이야기는 다 끝나셨나요?"

"네. 고공도 고마워요, 아보랑 놀아줘서. 아보가 귀찮게 하지 않았나요? 아보, 자기 소개는 했나요?"

"아앗, 아뇨! 저는-."

 

싫다, 아이 한 명이면 견디겠지만 저 말 많은 무림맹 사람이랑 있으라니? 역시 다들 이제 산적이라는 자각이 없군. 아보의 재잘재잘 거리는 자기 소개에 손을 흔든 고공는 바닥에 내려둔 가위를 들고서는 다시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이제 일 해야 하니 가보세요."

"방해했군요, 죄송해요!"

"나중에 다시 와도 되나요?"

"여기 말고 다른 곳이 더 재미있을겁니다."

"아는 얼굴이 있는 쪽이 더 좋잖아요?"

 

저 사람, 월담 그녀랑 같은 과구나. 시끄럽고 포기할 줄 모르고, 떠들어 대는 어른. 메슥거려워지는 속을 참으며 고공은 아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들이 갈 때까지 내려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고공의 속마음을 아는지 월담은 미소 지으며 아보의 손을 잡고 나무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도 아이는 참 귀여웠다. 좀 더 놀아주고 싶었는데, 저도 모르게 피식 나오는 웃음 가리며  고공는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자마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거는 월담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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