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참 깔끔하게 날라가는군, 미테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헤일로의 목을 베어버린 빌런을 보았다. 몸을 칼처럼 바꿀 수 있다고 했지 던진 몸의 일부가 칼로 변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그냥 저 팔 뜯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본 헤일로 몸에서 피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고 서 있던 몸에서 흐르는 피에서 사각, 소리가 났다. 다시 날라오는 칼날들을 피해서 미테가 그 몸 뒤로 숨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가 움직였다. 아니, 그걸 피라고 부르기는 어려워보였다. 말벌 떼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떠오르는 그것들은 일부는 빌런에게 달려들었고-귀를 아프게 하는 비명이 들렸지만 미테는 귀를 한 번 후비고 말았다.-다른 일부는 떨어진 머리를 잡아 아직 서 있는 몸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와, 이거 보고 어떻게 하지?"
헤일로의 몸 뒤에서 나와서 보니 이제 남은 거라고는 몸뚱아리랑 말벌 떼랑 자신 뿐이군. 뭐, 협회에서도 자신을 보냈을 때부터 어느정도의 피해를 각오했을테지만 아예 없어지는 건 생각 못했을텐데 말이야. 미테가 생각에 빠진 사이 웅웅거리던 말벌들에게서 시선을 느꼈다.
"나도 잡아 먹을거냐?'
"자기를 먹는다면 제법 배가 부를거 같지만 참을게요."
잘린 머리가 말한다. 역시 안 죽었군. 하긴 이 지상의 존재가 아닌데 목이 잘렸다고 죽는 거면 웃기겠지. 잘린 머리가 가볍게 웃더니 소리를 냈다. 뭐라고 할까 칠판을 긁어내는 거 같은 기괴한 소리가 나고나서야 시선이 거두어졌다. 말벌들이 다시 잘린 목을 통해 들어가고 나서야 손은 머리를 목 위에 올려두었다.
"우리 애들이 좀 시끄러웠죠?"
"아니, 네가 더 시끄러웠어."
목에 난 저 상처 어쩌면 지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잠입 임무가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그래, 너랑 나는 무사하네."
상대의 등을 한 대 때려주려다가 손에 끼인 반지가 눈에 들어와서 내리고 말았다. 대신 별로 맛은 없네요, 같은 소리를 하는 그의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다.
"협회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쵸?"
저 얼굴만 안 잘생겼어도 그냥 두고 가는 건데. 괜히 귀가 뜨거워지는 거 같아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면 자기 돌아갈까요?"
"자기라고 그만 불러."
"그러면 미테?"
"차라리 자기라고 불러."
"좋아요. 보고하러 가기 전에 식사 먼저 할래요? 저 이거 진짜 맛 없어서 입가심 좀 하고 싶거든요."
"그러던가."
그래, 협회가 알아서 하겠지. 빌런 한 둘 없어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미테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