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헤일로

헤일미테

notion5846 2025. 1. 7. 20:50

“야.”

부름에 바닥에 떨어진 머리가 웃었다. 하하하, 하고는 늘 그랬듯이 웃어 보인다. 그 웃음을 자신은 좋아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이 녀석은 더 이상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먹을 것이다. 사랑을 속삭이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누가 아는가. 그것은 어쩌면 식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은 이 얼굴이, 그가 하는 행동에 설레했다. 머리를 집어 들자 뜯겨 나간 단면에서 검은 액체가 떨어진다. 타르처럼 끈적거리는 그것이 제 손과 그 손에 끼어진 반지가 보인다.

“너, 정말 여기를 전부 먹을 수 있냐?”
“방금 전 내 모습조차 일부일뿐이랍니다. 먹을수록 나는 커지고,  커져서 결국 한 입에 사탕처럼 삼키게 되겠죠.”

조금전 자신이 상대한 무수한 촉수와 벌떼들을 떠올린다. 거기서 더 커질 수 있다니. 하, 지구 밖의 생물이라 그런가. 이해가 안 가는 성장이다. 단면에 떨어진 액체는 바닥에 쌓여간다. 아마도, 저것이 쌓이고 쌓이면 새로운 몸이, 형태가 되겠지.

“넌 세포 한 조각만 있어도 부활하냐?”
“하하, 이럴 때에는 눈치가 좋네요, 자기.”

안다. 이것은 결국 식욕에 져서 뭐든 걸 먹으려고 했다.

“당신은 히어로죠.”
“너는 악당이고?”
“난 처음부터 악당이고 포식자였답니다. 자, 이제 그 악당을 끝낼 시간이예요.”
“넌 아무렇지도 않냐.”

아, 사랑을 속삭인 것은 누구였나. 누가 먼저 반하고, 누가 먼저 넘어갔나. 그것을 따지기에는 너무 멀리 왔을까. 끈적한 타르가 신발을 더럽힌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나 피식자와 포식자로 나눠져있고 누구나 피식자가, 포식자가 될 수 있죠.”

머리의 감겨져 있던 눈이 떠졌다.

“그러보니 어른들이 애들 놀려주려고 수박 씨 같은 거 삼키면 뱃속에서 자란다고 한다고 하잖아?”
“오, 자기. 어떤 음식이든 뱃속에 들어가서 위산에 녹으면 그걸로 끝이라구요. 수박도, 나도.”

킬킬 웃는다. 이게 네가 바란거야? 묻기도 지친다. 장난스런 그 미소가 자신을 향할 때 좋았다. 그리고 웃습게도 손에 힘을 줘서 이 머리를 깔끔하게 터트리는 것보다 다른 방법이 먼저 떠올렸다. 뱃속에서 자라지마, 그리 말하자 힘 없이 웃는다. 

지독할 정도로 맛이 없었지만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의 만족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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