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이청현

설청

notion5846 2024. 11. 8. 22:07

세상에 게이트라는 것이 나타나고, 몬스터가 나타나고, 초능력자들이 나타나도 이청현의 삶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에도 마음이 붙지 않으니 부평초처럼 떠돌아 다니며 살았다. 그에게 인생은 잔잔한 강이었다. 아마 평생을 그리 살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그것은 번개처럼 나타났다.

 

여행 중에 들린 대도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와 마주쳤을 때 얼마 되지 않는 능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을 때 위에서 떨어진 뭔가가 몬스터를 땅에 박아버리는 것이 번개 같았다. 그 하얀 머리카락과 하얀 옷까지 그것은 마치 하얀 번개와도 같았다.

 

"괜찮습니까?"

 

자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 청현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밑에 깔린 몬스터가 새하얀 서리로 뒤덮힌다. 아, 이 사람 빙결계 능력자인가보다, 같은 멍한 생각을 하면서 청현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보다 더 강한 능력자인 건 알겠다. 추위에 살짝 몸을 떨자 그가 검을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에 밀어넣으며 다가왔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지만 괜찮냐고 묻는 것에서 친절함을 느꼈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자꾸 시선이 갔다.

 

"혹시 다치신거라면 제가 따로 치료비를 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다치지 않았습니다"

 

아직 날씨는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첫눈을 맞이하는 거 같은 설레임이 느껴져서 등을 돌리려는 이를 붙잡았다.

 

"하지만 방금 전 일로 제가 많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린 거 같은데 부축해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뻔뻔한 작업일까 싶었지만 상대는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넌 생각보다 뻔뻔해, 라고 말한 친구에게 네 말이 맞다고 뒤늦게 맞장구를 치며 청현은 눈앞의 상대의 팔을 붙잡았다.

 

"이 도시에서 활동하는 능력자신가요?"

"네, 맞습니다. 저를 모르시는 걸 보니 다른 곳에서 오신 모양입니다."

"여행중이었습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관광지 보다 이런 걸 먼저 볼 줄 몰랐지만요."

"당신도 능력자인 거 같던데 혼자서도 버틸 수 있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애석하지만 전 전투 게열이 아니라서 도망만 치고 있어서 위험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타이밍 좋게 당신이 구해주셨네요."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이대로 부축 받아서 병원까지 가면 되겠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평초 같이 둥둥 떠 있는 마음이 하늘에서 떨어진 하얀 번개를 맞아 구르는 것을 멈추었다는 것을 그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병원으로 가신다면 병원비는 제가 수납하겠습니다."

"병원비까지 수납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아뇨, 옆에 계신 걸 못 보고 공격한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시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책임을 느끼시는 거 같으니 병원비 대신 다른 걸 부탁드려도 될까요?"

 

상대의 눈과 마주쳤다. 약간의 긴장을 담은 눈. 새하얀 눈과도 같은 머리카락과 푸르스름한 눈동자. 삼류 영화 마냥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면 믿어주려나.

 

"제가 병원 검진 받고 나오면 저랑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오늘 처음, 그것도 방금 만난 사람이 이런 제안을 하면 거절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상하게도 난 당신이 거절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싹이는 입술을 보며 대답을 즐겁게 기다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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