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주님~ 하고 달려 온 단이 가르킨 곳으로 간 곳에서 본 풍경에 유소는 이마를 짚었다. 이게 무슨 개판인지 생각하기 전에 그는 급히 파를 꺼내 상대를 향해 삽을 휘두려는 고공과 어떻게든 그걸 말리려는 산적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한대 맞고 정신 차렸는지 금세 얼굴을 감싸고 낮게-아마도 욕에 가까운 소리일-중얼거리고는 그는 유소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도 이리 와."
고공에게 맞을뻔한 산적도 유소의 부름에 흠짓거리며 다가와 고공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이쪽을 보는 다른 산적들을 물러나게 하고 유소는 그 둘을 바라보았다.
"사고쳤어?"
"그게, 그, 어, 사고인가?"
얼빠진 소리를 내는 산적을 한 번 본 고공이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곧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탓입니다, 그리 말하고는 다시 입을 꾹 다문다. 유소는 그 옆에 앉은 산적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공의 눈치를 스윽 본 그 산적은 슬쩍 뒤로 내뺄 자세를 취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밭을 정리하다가 문득 저어기, 가끔 거래하는 귀주 지부 맹에 있는 분홍 머리 여검수가 있는데 너랑 가족인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길래 어차피 산적인 거 과거가 무슨 상관이냐고 했더니 냅다 달려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내내 고공은 미간을 찌푸린체 땅을 보고 있었다. 움찔, 하고 어깨가 떨리는 거 보니 아마 이 자리에 유소가 없었더라면 다시 달려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유소는 파로 산적의 머리를 한 대 후려쳤다. 눈치 없는 놈,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데 그것도 구별 못 하는 놈.
"네놈 말대로 이런 산채까지 기어들어와서 산적이 되었는데 과거를 뭐하러 캐물어."
"아니, 그냥 궁금하니까 물어 본-."
이번에는 유소가 반응하기 전에 고공의 주먹이 산적의 얼굴을 후려쳤고 유소도 말리지 않았다. 입 가벼우면 눈치라도 있어야하는데 말이지. 유소는 기절한 산적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난 고공의 머리카락과 평소처럼 표정이 돌아간 고공을 번갈아 보았다.
"그럴거면 머리를 물들이고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귀찮아요."
그리 말하고는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보군. 유소는 더 말 하지 않고 다른 이를 불러 기절한 산적을 데려가게 하였다. 깨어나서도 헛소리하면 한마디 해줘야겠군. 유소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고공은 여전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긴 드문 머리카락이기는 합니다. 머리카락 다른 색으로 물들일까요?"
"어차피 이제 화합도 하는데 맹에 너랑 비슷한 머리카락 있다고 시비 걸면 그게 더 멍청한 짓이지. 너 그 색 싫어해?"
"아뇨, 싫어했으면 옛날에 물들였죠. 근데 싫어한다고 확정하고 물어보는 걸 듣고 있으니 화가 났을 뿐입니다."
이상한 녀석, 유소의 말에 고공이 어깨를 으쓱한다.
"다들 이상한 점 하나씩 있잖아요."
"스스로 이상하다는 걸 인정하는거야?"
"전 이상한게 아니라 미친 쪽이구요."
"얼씨구."
그 사이 기분이 풀렸는지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흔든다. 오늘 날뛴 덕에 앞으로는 눈치 없이 바보 같은 질문하는 놈들은 없겠지. 나중에 식사 시간에 봐요, 고공이 멀어지는 하는 말에 대답해주며 유소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1차 > 고공&의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델과 헬가 (0) | 2025.01.07 |
---|---|
주공 판타지au (0) | 2025.01.07 |
저승사자 고공과 영안 아보 (0) | 2024.11.23 |
주공 (0) | 2024.11.22 |
저승사자 고공이랑 영안 아보 (0) | 2024.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