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고공&의진

듀스 정마 대전 AU

notion5846 2024. 11. 11. 00:52

전쟁이 시작되고 정말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빴다.

"정말로 갈 거니?"

의진의 물음에 채비하던 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하였다.

"귀주에서 서신 전달하러 오니 이젠 대놓고 곤륜으로 보낼 파발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데 가줘야죠. 다른 건 몰라도 산길 돌아다니는 건 자신 있습니다. 녹림이라고 못 믿겠다는 의견 내는 놈은 저희 채주한테 말해보세요. 지금도 양민들을 위해서 돌아다느라 바쁜데 아마 그 이야기 들으면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채주께서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부하도 노력해야죠."
"거긴 최전선이란다. 위험할 거야. 금방 못 돌아올지도 몰라."
"당신도 귀주에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난 여기 점창파의 무인이니까 온 거고."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하늘을 한 번 보고는 덤덤히 검까지 챙겼다. 의진은 아이를 보았다. 아니, 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큰 사내다. 자신의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자기 가슴에 묻지 않았던가. 다가온 맹도가 내미는 연통을 받아 든 고공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배달일을 하면서 산길이라는 산길을 다 헤집고 다닌 그라면 마교의 눈을 피해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누구인지 눈치를 챈 걸로 보이는 사매가 귓속말로 물어오는 것에 의진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녀오렴."

인사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의진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경공을 밟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습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의진은 자신도 전장으로 나가기 위해서 검을 들었다. 곤륜의 눈을 피하면 도착할 곳 중 한 곳이니 자신도 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자신이 먼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못 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왔다. 싸늘하게 식은 시체로, 이번에야말로 진짜 땅에 묻히기 위해서 돌아왔다. 말하지 않았지만 눈치를 챈 이들은 의진이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도 돌아오기는 돌아왔구나."

서신 전달 중에 사망이라는 짧은 이유가 적힌 서신을 만지작거리며 의진은 아이의 마지막을 상상해 보려고 했다. 아팠을까? 몸에 남은 무수한 자상, 사지를 붙인 흔적들. 진주언가가 고생이 많았군. 감고 있는 눈은 다른 이가 감겨준 것을까? 아니면 마지막에 죽음을 알고 눈을 감은 걸까. 그동안 잡지 못하던 손을 잡아 본다. 차갑고 딱딱한 피부의 감촉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저 가지 말라고 더 힘껏 말릴 걸 그랬나, 내가 너의 장례를 치뤄도 되는 걸까, 네 영혼은 여기 없을 거 같다. 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상을 떠났을 거 같은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의진은 아이의 시신을 귀주로 보내기로 했다. 자신의 아이는 이미 오래 전에 묻었으며 이 아이는 녹림의, 청림채의 일원이니 그곳에서 잠드는 것이 더 좋겠지. 그래, 아직 진주언가의 사람이 있을테니 부탁하자. 마지막 미련으로 의진은 시신의 목에 오래전 자신이 받았던 그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이미 영혼은 떠났을지도 모르지만 남은 몸은 따뜻하기를, 이제 더 이상 기다릴지도, 찾을 필요도, 지켜 볼 일도 없을테니 가져가렴.

 

"잘자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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