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 시골에 내려가는 차 안은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아보는 뒷자석에 몸을 푹 파묻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부모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게임도 질렸고, 책 읽기는 차 안에서는 하면 멀미나서 힘들단 말이지. 결국 아보는 핸드폰을 꺼내서 메모장을 켜서 거기에 문장을 썼다.
[심심하니까 뭐라도 이야기 해주세요.]
"할 이야기 없는데요."
제 옆에 있던 고공이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입으로 대화하고 싶어도 허공에 대고 이야기 하면 부모님이 또 심각해지시겠지.
[아무거나 해봐요. 연애 이야기 같은 거 없어요?]
"연애요? 그런 거 좋아해요?"
[해본 적 있어요?]
어이 없다는 듯이 고공이 팔짱을 끼고 목소리를 확 높여서 네? 하고 되묻는다. 그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다문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태도가 생각에 빠진 모습이라는 걸 알기에 아보는 그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명절도 아닌데 시골에 내려가야하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말리는 것이 괴롭다. 조부모님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시골에는 정말 별 게 다 있어서 가면 늘 사고가 일어나서 몇 년 동안은 피하고 있었는데 조부모님이 보고 싶어한다는 말에 휴강을 하자마자 끌려가는 상태가 되었다. 시골에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떠올라 아보는 고공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같이 가달라는 그 간절함에 고공은 실로 오랜만에 휴가서를 제출했다.
"아보, 저는 단수입니다."
[단소?]
"단수요. 남자 동성애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전 연애 생각 없습니다."
새로운 사실에 이번에는 아보가 생각에 빠졌다. 고공이 그랬구나. 하긴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살아있을 때부터 그랬을까. 같은 생각. 그럴 수 있지. 생각이 끝난 아보가 다시 메모장에 글을 썼다.
[그럼, 이제 연애 이야기 해봐요.]
"살아 생전에는 짝사랑만 했고 죽은 뒤에는 없어요. 연애 할 생각도 없고 제가 언젠가 빡빡 빨린 다음 환생하고 난 뒤에는 또 모르겠네요."
[난 상냥한 사람이 좋던데 고공도 이상형 있어요?]
"눈 빛내도 이야기 안 해줄겁니다. 살아생전 일이라 딱히 기억도 안 난다고요. 정 궁금하면 꿈에 나오길 기원해보시죠."
[거짓말.]
"멀미하면 잠이나 좀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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