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씨가 덥네, 씻고 나온 의진은 기지개를 펴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다. 뻐근함을 지우기 위해서 기지개를 하고 멍하게 서 있으려니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황급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르는 목소리는 평범했지만 그래도 불현듯 설마 아이한테 무슨 일 있나? 그 아이한테 사고가 났나?
"사고,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이제 훈련 끝났어?"
"네, 죄송해요. 금방 왔어야 했는데 잘 있었니?"
사고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받으며 의진은 작은 아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작은 자신의 아이. 이제 목을 가눌 수 있게 된 아이는 가만히 의진을 보더니 옹알옹알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콩닥콩닥 뛰는 아기의 심장 소리에 쌀쌀한 날씨가 금세 잊혀진다.
"다들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는 거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마."
"그래도 하루치 수련을 빼먹으신거잖아요."
"나도 가볍게 몸은 풀었어. 그리고 키우겠다고 장로님들 앞에서 고집 부린게 누구더라~?"
"으,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도와주실 줄 몰랐죠."
"어휴, 됐어. 그만 울상 짓고 슬슬 우유 먹어야 시간일 거야."
"고생하셨어요."
"낯가림도 없고 애가 참 순해. 이름도 어서 지도록 해. 태어난지 몇 달이 지났잖아?"
"적당한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요, 하하. 아무튼 오늘 봐주셔서 감사해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사고의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면서 의진은 아이의 머리를 연신 쓰담아주었다. 자신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생명이 숨 쉬는 것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심장도 얼마나 뛰는지, 그러면서 이미 떠난 인간에 대해서 식지 않는 화가 끓어오른다. 평생 내가 이 보물 같은 아이를 보여주나 봐라.
품에 안긴 아이가 뭐가 그리 웃긴지 웃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저무는 해에도 웃는 모습이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지. 방에 도착해서 젖을 먹이고 등을 토닥토닥 해주니 작게 트림을 하더니 금세 자신의 품으로 파고 든다. 내가 엄마인 걸 알까? 다들 지금은 잘 도와주시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다른 이들의 수련까지 방해하면서 계속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에 빠진 사이 아이는 품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흔들며 장난을 치며 작게 웃는다.
"건강하게, 뭐든 좋아 건강하게 자라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렴. 잘못을 해도 네가 반성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
아직 이렇게 작은데 벌써부터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말을 하고, 두 다리로 걷고, 어쩌면 자신처럼 무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고 아니면 다른 일반 백성들처럼 살고 싶어할지도 모르지. 아무렴 어떤가. 방금 한 말처럼 뭐든 원하는 걸 하면서 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머리카락을 입에 가져가려는 걸 빼면서 한 번 더 기저귀를 확인하고 옷을 갈아 입히고 잘 준비를 하면서 의진은 아까와 같은 생각을 한다. 기왕이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유롭게 바람이 부는 것처럼,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마음대로 인생을 휘두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을 자유롭게, 휘두르면서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렇지!"
불현듯 찾아오는 깨달음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자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놀랐는지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서 의진은 황급히 아이를 달래며 속삭였다.
"미안, 놀랬니? 미안, 미안하다. 그래, 우리 아가. 흐르는 바람처럼, 물처럼 인생을 자유롭게 스스로 휘두르면서 살렴, 유혼아."
훗날에 제 이름의 뜻을 들은 것을 기억해 낸 아이는 자신의 친우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그 이름대로 살고 있기는 하다고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친우는 좋은 일이네요, 라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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