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남궁월야

냉전

notion5846 2025. 1. 11. 00:04

"두 분 싸우셨어요?"

 

린의 말에 단휘가 그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시선을 눈앞의 두루마기들로 돌렸다. 린은 그 옆 비워진 보좌관의 자리를 보았다. 단휘의 보좌관, 월야가 자리를 비운 지 꽤 되었다. 일단 이유는 최근 마교의 흔적이 곳곳이 발견되어 마기를 감지할 수 있는 그가 그 흔적들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평소라면 다시 나가는 일이 있어도 옆에서 일을 돕던 월야가 이번에는 돌아와도 인사조차 없이 제 방에 있다가 다시 나가버리니 싸웠나?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아마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으음, 정말로 아무 일 없죠?"

"그래."

 

그러보니 언제부터 서로 얼굴을 안 보게 된 거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약 3개월 전 산적 소탕을 하러 갔다 온 월야와 이야기를 나눈 뒤로 저렇게 된 거 같은데 그때 무슨 대화를 나누셨더라. 우연히 들었던 대화 내용을 떠올려 본다.

 

-나 믿냐? 아니지? 믿지 마라.

 

가라앉은 월야의 목소리와 그걸 보던 단휘. 앞뒤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뭔가 말다툼이라도 한 걸까. 그래도 빨리 화해하면 좋을 텐데, 린은 그리 생각했다. 자신의 일은 남궁의 무공 서적들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린, 나중에 월야가 무공 서적실에 오면 들어가지 못하게 해라."

"월야님을요?"

 

권을 쓰는 사람이지만 남궁의 검술과 섞인 권이다 보니 그도 종종 서적실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데 갑자기? 싸운 게 맞나 보네, 그리 생각하면서 린은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금방 화해할 수 있겠지. 같이 한 시간이 얼마인데, 린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후우, 후-."

 

남궁의 저택에 불이 났다. 피어오르는 불과 침입자들로 남궁의 저택이 시끄러워졌다. 다들 당황하는 그 와중에도 소가주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제 옆에 붙어 있는 린을 돌아보았다. 서적실로 가라, 그 명령에 린은 서적실로 향했다. 화재도 그렇게 크지 않으니 서적실까지 걱정할 필요 없을 텐데, 린은 서적실의 문이 제대로 잠긴 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섰다. 

 

"깜짝, 이야!"

 

어느새 등 뒤에 월야가 서 있었다. 새하얀 백금발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서 방금까지도 전투를 하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서적실 들어갔으면 하는데-."

 

그러보니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보좌관으로써 소가주의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린의 머릿속에 단휘가 한 말이 떠올랐다. 서적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그 말, 뭔가를 알고 하신 걸까. 린은 열쇠를 품에 넣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놔,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손이 뻗어져 왔다. 방어, 방어를, 린이 황급히 검을 뽑아 겨누자 걸음을 멈춘다.

 

"소가주님께서 들여 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월야가 살짝 웃는다. 주먹이 쥐여지는 걸 보고 린도 몸을 긴장 시키려는 찰나 저 멀리서 땅을 박차고 달려든 단휘의 도가 월야를 베었다. 풀썩 쓰러진 몸을 단휘는 말 없이 내려다 보았다. 낮은 한탄 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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