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남궁월야

첫눈

notion5846 2025. 1. 11. 00:07

춥다, 춥다 싶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훈련도 못하겠네, 하고 월야는 생각하며 정원에 쌓이는 눈을 보았다. 그러보니 어릴 적에는 눈이 쌓이면 쉬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못하는군. 훈련이야 쉰다고 해도 쌓인 서류와 업무는 쉴 수 없으니까 말이다.

 

"뭐해?"

 

앞장 서서 걸어가던 단휘가 자신을 부르는 것에 월야는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기를 단위의 두루마기 위에 올려놓고 정원으로 내려갔다. 등 뒤에서 자신을 보는 단휘의 시선에도 월야는 정원까지 내려가 이제 수풀 위에 쌓이기 시작한 눈들을 제 손 위에 모아서 뭉치기 시작했다.

 

"그거 나한테 던지지마라."

 

역시 소가주님 머리도 좋으셔라. 월야는 태평스레 대답하고는 뭉친 눈덩이를 들고 와서 돌아서서 단휘를 목표로 눈덩이를 던졌다. 물론 그리 힘을 넣지 않았고, 두 손 가득 두루마기가 있다고 해도 다리는 멀쩡하니 쉽게 피하고는 마루로 떨어진 눈을 치우라는 듯이 월야를 바라보았다.

 

물론 월야는 그 눈길을 모르는 척 넘기고는 다시 눈뭉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월야."

"바쁜 일도 아니잖아."

"하지만 미룰 일도 아니야."

"하지만 굳이 지금 당장 할 일도 아니지."

 

눈뭉치 두어개를 만들더니 위로 던졌다가 다시 받는 모습을 보이며 단휘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그러보니 언제더라 아직 남궁에 온지 얼마 안 되었고, 자신의 거처가 어떻게 될지 모를 적에, 그날에도 눈이 왔었다. 새하얀 자신의 머리카락 위에 눈이 쌓일 정도로 오랜 시간 밖에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정원에 서 있는데 눈덩이가 날라왔다. 눈을 던진 건 딴 사람이었지만 어느새 뛰어놀기 시작했을 때 단휘도 거기 있었다.

 

장난스레, 지금이랑 다르게 웃으면서 말이다.

 

"조금 논다고 누가 뭐라고...네가 뭐라고 하는구나."

 

단휘에게 한 번 더 눈덩이를 던지자 이번에도 피하고는 마저 걸어간다. 어쩔 수 없이 눈덩이를 내려놓고 그 뒤를 따라 걷는다. 다시 두 손에 가득 들어지는 두루마기를 들고 오늘 할 일정을 정리하고 이야기 나눈다. 집무실로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당장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말고."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소가주님."

 

뻔뻔한 얼굴로 농담을 하고는 아마도 시비들이 미리 가져다 놨을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차를 따르는 월야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일이 빨리 끝나면 원하는 대로 정원에서 잠시 바람 정도는 쐴 수 있겠지.

 

"그러니까 일해야지."

"네, 오늘도 힘내야지"

 

월야의 백금발 머리 위에서 녹아내리는 눈이 흐르는 것을 보며 단휘는 책상 서랍에서 수건을 꺼내 내밀었고 월야는 어릴적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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