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고공&의진

주공 - 악몽

notion5846 2025. 1. 13. 21:28

눈을 뜨니 네모난 하늘이 보였다. 어라? 하면서 모용주뢰는 손을 뻗었다. 자신은 분명히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는 의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자신이 구덩이 안에 누워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냄새가 나지 않다. 설마 이거 꿈인가? 몸을 일으켜 구멍 밖으로 나오자 그곳은 숲이었다. 하늘에 달이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지만 묘하게 어두운 숲이다. 자신이 나온 구멍을 한 번 돌아보고 주뢰는 숲을 걷기로 하였다.

 

이것이 꿈이라면 조만간 깨어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였다.  바람이 불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끈적한 더위와 비릿내가 가득 찬 꿈. 세상에 이런 꿈이라니. 주뢰는 고개를 흔들었다. 꿈이라는 걸 깨달으면 일어나는 거 아닌가? 이어지는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둔탁하기 그지 없는 소리였다.

 

고요한 숲에 울리는 소리를 따라서 간 길 끝에는 친우가 있었다.

 

"고공?"

 

부름에 고개를 든 친우의 얼굴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친우의 손에는 삽이 들려 있었고 바닥에는 구멍이 파여져 있었다. 내가 들은 소리가 구덩이를 파는 소리 였던 걸까.

 

"어째서-?"

 

가만히 서 있던 고공이 입을 열었다. 바싹 마른 목소리가 숲에 울린다. 얼굴에 순식간에 공포가 퍼진다. 경악과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로 주뢰를 보던 그의 몸이 움직이였다. 꿈이라고 해도 방어 본능은 그대로 살아있는 걸까. 주뢰는 휘둘러지는 삽을 피해 땅을 굴렀다. 땅을 구르면서도 흙냄새가 맡아지기는 커녕 비린내만 더 진해진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깨지 않아. 묻었는데, 평소에는, 이러면 깨는데,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왜 깨지 않아. 왜?"

 

이어지는 중얼거림에 의문을 품을 사이도 없이 다시 공격이 날라온다. 삽이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스치고 중심을 잃어 넘어진 그 위로 올라탄 고공이 삽을 겨눈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없는 고요한 꿈 속에 오로지 숨소리와 울분에 찬 중얼거림만 이어진다.

 

이건 꿈인가?

꿈 속에서 친우 속에 죽다니. 그거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꿈이라고 해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고공, 저를 보세요."

"제발, 제발 죽어, 죽어줘요, 죽-."

"나입니다, 고공."

 

초점 없던 눈이 주뢰를 본다. 얼굴에 묻은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손에 들린 삽이 땅으로 떨어진다. 주뢰는 손을 뻗어 고공의 뺨에 묻은 피를 닦아 주었다.

 

"이제 제가 보입니까?"

 

이런 꿈을 꾸다니. 언젠가 그에게 들었던 그의 과거가 신경 쓰였던 걸까.

 

"주뢰?"

"다행이네요. 꿈 속이라지만 친우 손에 죽는 건 그리 기분 좋지 않을 거 같네요."

"왜, 여기 있습니까, 이건, 내 꿈인데, 왜?"

 

버벅거리면서 물러나는 고공을 능숙하게 붙잡아 제 옆에 앉힌 주뢰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은 여전히 밝다. 자신이 고공의 꿈에 들어 온 걸까? 의문을 접어두고 주뢰는 고공을 불렀다.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처음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이런 꿈 자주 꿉니까, 고공?"

"언제나 꿉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그나마 덜 꾸는 편입니다. 뢰를 보니까 기분이 더 낫네요."

 

아까보다는 밝게 웃는 친우를 보며 주뢰는 좀 더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벌레 소리가 들린다, 새소리가 들린다. 

 

"고공, 깨어나면 제가 당신에게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또 악몽에 좋은 부적이 있으니 같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제야 고공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몸이 굉장히 가볍다. 잠에서 깨어나는, 현실감이 밀려오는 감각에 등을 떠밀리면서 주뢰는 고공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잠에서 깨면 바로 서신을 쓰자. 그리고 지금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볼일이 끝나면 친우를 보러 가자. 악몽에서 헤매도 현실에 내가 있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걸 알려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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