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채의 저녁 식사 시간은 단체 식사였다. 대부분의 밭일이 끝나고 다 같이 모여서 먹는다. 혼자서 먹고 싶어하면 내버려 두지만 그 외에는 대체로 다 같이 밥을 먹는다. 손님이든, 청림채 산적이든 다 같이 말이다.
"저녁도 먹고 가시게요?"
"아뇨, 아보랑 모처럼 왔는데 하루만에 돌아가면 아쉽잖아요~."
제 양옆에 앉은 아보와 월담을 보고 고공은 마른 세수를 하며 자신을 진정 시켰다.
"그렇지! 청림채의 선물 세트가 있던데 좀 사서 갈까요? 귀주 지부에도 들려서 나눠줄까 하는데 같이 갈래요?"
"공적인 배달이라면 가고 아니면 안 갑니다."
"정말요~?"
"이 주먹밥 맛있어요."
양옆으로 시끄럽다. 귀를 틀어 막고 싶은 걸 참고 제 옆의 아보의 손에 찐감자를 올려주면서 젓가락을 움직이는 손을 빨리 움직인다. 어서 먹고 들어가야지. 최대한 빠르게 식사를 끝낸 고공은 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대충 씻고 자야지. 피곤하고, 질린 정신과 다르게 그날은 모처럼 악몽을 꾸지 않았다. 새벽에 깨지도 않고, 일어나서도 기분이 산뜻하다. 별 일이네,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공기가 서늘한 새벽의 시간. 고공은 버릇처럼 삽을 챙겼다. 검무라도 해볼까, 싶어 평소에 자주 들리는 공터로 걸음을 돌렸다. 공터라기 보다는 산채 건물 사이 있는 공간으로 다른 산적들은 고공이 검무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낯선 창 한 자루가 놓여져 있는 것에 고공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꽤나 고급스러운 재질의 창대와 거기에 새겨진 문양들. 이런 게 산채에 있을 물건이 아닌데. 창을 보고 있을려니 그녀가 생각났다. 점창파도 창을 다루는 무술이 있어서 그녀는 종종 창을 다루고는 했다. 자신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 배우기도 전에 그곳을 떠났으니까.
"저기, 그거 제 창인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아, 당신 창이었군요."
황급히 다가온 아보가 창을 집어 든다. 월담처럼 곤륜 쪽이 아니었나? 곤륜이 창을 쓰던가?
"오랜만에 이모가 자세도 봐주신다고 했는데 저기 혹시 여기 쓰면 안되나요?"
"상관 없어요."
검무는 못 하겠군. 뒤돌아 서려는 고공은 곧 다가오는 월담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얼굴을 구겼다가 폈다.
"일찍 일어났네요."
"당신도요."
"그렇게 싫다는 표정 지을 필요 없잖아요?"
창을 든 아보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움직인다. 자리를 피하기에는 창을 다루는 모습이 묘하게 그녀가 생각나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렇게도 사람이 싫어요?"
"싫어요."
"왜 그리 사람들을 밀어내요? 미움 받는 거 좋아요? 그러면 편해요?"
"네, 네, 편합니다."
돌아본 월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세상이 진흙 같다고 해서 진흙처럼 구는 건 피곤하잖아요."
"진흙이 묻어버렸는데 안 묻기 전으로 가기는 게 더 피곤해요."
"진흙은 씻을 수 있잖아요."
구역질이 나올 거 같다. 타인의 호감이 목을 콱 쥔다. 구역질이 나올 거 같아서 고공은 입으로 손을 가리고 아이를 돌려보았다.
"창을 잘 다루네요?"
"-그쵸? 아무래도 악가의 아이니까요. 어때요, 가르쳐 줄만한 것이 있어요?"
"전 창은 안 배웠습니다. 그리고 산동악가에 더 좋은 스승들이 있을 테고 말이죠."
고공은 겨우 다시 미소를 지어 월담을 바라보았다. 더 떠들기 전에 급히 허리를 숙여 그에게서 멀어졌다. 멀어지는 등 뒤로 월담의 배달일을 맡겨도 되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고공은 대답 대신 잠시 손만 흔드는 걸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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