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고공&의진

주공-흡혈귀와 늑대인간au

notion5846 2025. 1. 15. 16:13

배가 고프다. 뱃가죽 안에 장기마저 사라진 거 같다. 뭐라도 입에 넣고 싶다. 내려다 본 손은 뇌기로 푸르게 물들어 뭔가를 쥐고 있다. 탄 고기 냄새가 난다. 배고파. 손에 들린 것을 먹었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다. 어느새 자신은 네발로 달리고 있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뭐라도 씹고 싶었다. 귀에 울리는 파직거리는 소리에 이끌려 달린다.

"뢰."

달리던 제 발이 멈춘 건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고기 냄새, 피 냄새, 떨리는 목소리. 시야를 아래로 내리자 친우의 얼굴이 보였다. 근데 여전히 배가 고파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가느다란 이성이 제 입을 막는다. 안돼, 안돼, 하지만 배가 고픈데,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데, 어째, 서, 먹으면 안되는데, 배가 고파.

"뢰, 한 번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전류에도 그는 천천히 다가온다. 도망쳐야해. 그를 먹어치우기 전에, 그치만 한 번만 물어뜯으면 안될까? 전류와 함께 생각이 사방에 튀는 사이 고공이 뻗은 손이 뢰의 콧잔등에 닿았다. 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뢰가 아는 고공은 타인의 접촉을 최대한 피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서 피를 받을 때도 주사기를 굳이 가져와서 담아갈 정도로, 타인과 온도를 나누는 것을 줄곧 거부해 왔던 이었는데, 처음 닿는 친우의 손은 흡혈귀답게 무척 서늘했다.

"뢰, 내가 당신이 혼혈이라는 걸 알았던 것처럼 당신도 내 소문을 들었을겁니다."

알고 있었다. 같은 동족에서 살해 당할 뻔 한 약한 녀석. 대부분의 힘을 잃어 치유력도 바닥을 쳐서 얼굴에 흉한 흉터가 있는 이. 아무도 믿지 않는 눈으로 그저 웃기만 하는 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우리는 도서관의 인간 서적 구간에서 마주쳤다. 사람을 피하려는 그와 아버지의 종족이었던 인간에 대해 궁금했던 자신. 먼지 냄새가 나고,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우리 둘만의 그 공간 안에서 나는 당신에게 우리가 친우냐고 물었지만 당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자신의 피가 담긴 컵을 들고 홀짝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온전히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나에게 정중히 거리를 지켜줬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당신의 친우입니까?"

천천히 쓰담는 손길. 날뛰던 뇌기와 허기가 진정 된다. 동시에 친우의 몸에 난 상처들에 놀라 미안함에 입을 열자 입에서 끼잉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하, 짧게 웃음을 터트린 고공는 어느새 보통 늑대 크기로 줄어든 친우를 안아들었다. 엉망이 된 들판을 그 고요한 도서관으로 돌아와 친우를 내려놓고 꼬리를 말고 끼잉 거리며 제 주위를 맴도는 것을 고공은 바라보며 웃었다.

"계속 늑대 모습으로 있을거예요?"

발치에서 좀 더 떨어진 자리에 있는 뢰의 옆으로 다가가 고공은 그 옆에 앉았다. 타인에게 옆자리를 내준 것이 얼마만인가.

"돌아오니 좋네요."

제 허벅지에 머리를 올린 뢰가 낑낑거리면서 뭔가 말하는 걸(아마 사과의 말이 아닐까) 들으며 고공은 나지막하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중에 뢰가 다시 사람 모습으로 변하면 이번에는 먼저 손을 내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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