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퇴마사즈

면담

notion5846 2025. 1. 16. 00:22

"안녕하세요, 당신이 이 사무실 대표인 황천룡님이 맞으신가요? 영능력자 협회 서울 "

 

활짝 웃으면서 다가온 상대가 의뢰인이 아닌 것은 금방 알아보았다. 보통 의뢰인들은 대게 주늑 들거나 믿지 못한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지금 들어온 그는 너무나도 편안해 보이지 않나. 법적으로 문제 일으킨 적은 없으니 13과는 아닐테고, 그러면 협회인가?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며 천룡은 머리를 굴렸다. 협회에서 굳이 찾아올 일이 있나? 협회랑 엮인 일도 없었는데 무슨 일로 온거지?

 

"얼마전 강원도의 흉가 사건으로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흉가 사건을 어떻게 협회에서 알고 왔지? 협회도 알고 있던 문제었나? 아니면 의뢰인이 협회 사람이랑 아는 사이었나? 근데 그거 무사히 마무리 지었는데 왜 협회에서 굳이 온거지?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내는 일 없이 커피를 내오면서 천룡은 웃는 얼굴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협회에서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거기 의뢰를 맡아줄 분을 협회에서도 찾고 있었어서 주시하고 있었답니다."

 

얼씨구,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리가 처리할 때까지 돕지도 않았나. 하긴 프리랜서들에게는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곳이니까.

 

"등록된 분들 이력이 대단하시더라구요. 오행 속성을 다룰 줄 아시는 사장님이랑 전(前) 13과 근무자에, 그리고 저주를 업을 삼은 분까지. 독특한 조합이시더라구요."

 

빙빙 돌리는 말을 별로인데-. 내놓은 커피는 마시지도 않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쪽을 본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안 가는군. 하지만 좋은 이야기가 아닐 거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듣자하니 여우 사역마도 있던데 다루기 까다로우신가봐요."

 

아, 알겠다. 이거 스카우트로군. 좋게 말해서 스카우트지 사실상 니네가 다루기 어려우면 넘겨라- 정도 아닐까? 프리랜서 퇴마사들에게 협회가 대놓고 이렇게 구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고요 때문인가? 퇴직했다고 해도 10년 동안 13과에서 일한 연이 어디가는 것도 아니니 괜히 인력 뺏길까봐 제 발 저려서 온거구만. 눈앞의 있는 이가 자체적으로 판단한건지, 위에서 시킨 일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남의 식구를 빼돌리려고 찔러보는 행동 자체가 불쾌하다.

 

"성격이 사나워도 그래도 쿠타미가 잘 돌보고 있습니다. 사장인 제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말입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귀화를 목적으로 하셨다고 해도 타지 생활이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정들면 고향이라고 이곳에 온지 어느덧 한해가 넘어가니 이젠 훨씬 더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 보입니다."

 

마음에 안 든다. 정말로. 빙빙 돌려서 말해야하는 상황도. 타지에 와서 고생할 것이 걱정되면 진작 한 번 봐주지 그랬냐 말이다, 쯧.

 

"걱정은 감사하지만 그리 큰일은 없을겁니다, 약속 드리죠."

 

어디 남의 식구에게 군침을 흘려? 은근한 거절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협회 사람을 배웅하면서 천룡은 반사적으로 소금을 찾았다가 그만 두었다. 대충 말했으니 이젠 안 오겠지. 만약에 다음에 오면 고요한테 맡겨야겠다. 전직 13과가 있으면 좀 더 쫄겠지. 암, 그렇고 말고. 토키한테도 낯선 사람들 조심하라고 말해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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