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페트라

업보

notion5846 2025. 1. 17. 19:46

"넌 언제가 업보 쎄게 맞을 거다."

 

페트라는 얼굴을 찌푸리고 불이 붙은 서고를 보며 마른 세수를 하였다. 그리고는 여전히 웃으면서 자신을 보는 산에게 뭐라 더 말하려는 듯이 입을 벙긋거렸다. 이대로 있으면 불을 보고 나온 이들에 의해 잡힐 것이다. 근데 도망 안 가고 버티고 서서 뭐 하는 거야?

 

"서고라 그런지 불이 더 잘 붙는 거 같지 않소?"

"망할 새끼야, 지금이 웃을 때냐. 도망 안 쳐?"

 

산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한다. 손을 스윽 내미는 그를 보고 깨달았다. 누굴 공범으로 만들 생각이야? 울컥하는 심정으로 그는 내밀어진 손을 보았다. 그래, 내가 단거리기는 해도 텔레포트가 가능하지. 그걸 생각하고 있었군. 망할, 망할 놈. 하고 페트라는 다시 욕을 퍼붓고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저 손을 잡으면 이 망할 화재 사고의 공범이 되겠지. 하지만 페트라는 산에 쓰러진 자신을 데리고 온 산을 떠올렸다. 마음에 안 드는 개 자식이다. 그래도 신세 진 건 맞지.

 

먼 훗날 저놈이 업보 처 맞을 때도 옆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지. 페트라는 저 멀리서 들리는 사람들 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내밀어진 손을 잡는다. 이것은 나락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재수 없는 놈한테 걸렸어. 이제 앞으로 그가 무슨 부탁을 해도 아마 거부하기 힘들겠지.

 

"그대가 이럴 줄 알았소."

"입 다물어, 망할."

 

공간을 열고 서고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좌표를 잡는다.

 

"네가 알아서 알리바이 만들어."

"그 정도야 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오."

 

산 어딘가에 도착하자 페트라는 바닥에 엎어졌다. 망할 몸뚱이. 마법 한 번 썼다고 바로 넉다운이냐. 머리맡에서 하하, 하고 웃는 산의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 만났을 때랑 비슷한 상황. 산의 손이 제 뒷목을 잡는다.

 

"그러면 가서 약초를 또 달여 오라고 해야겠군."

"좀 똑바로 들고 가."

"그렇지, 자네에게 줄 약초를 찾으러 왔다고 하면 되겠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 이 망할 개 자식!"

 

귓가에 들리는 산의 웃음소리에 휘청이며 페트라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아버지, 아무래도 저는 이 산에서 나갈 수 없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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