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페트라

페트산-환생

notion5846 2025. 1. 11. 00:09

아이가 태어난 마을의 뒷산에는 가면 안 되는 호수가 있었다. 언제나, 1년 365일 얼어붙어 있는 호수. 자연스럽지 않는 이 호수는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자신의 모든 걸 다 받쳐서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호수는 어른들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이상한 곳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어른들 몰래 한 번은 가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아이도 친구들이랑 같이 호수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쨍쨍 비치는 여름의 태양과 안 맞게 반짝이는 호수는 신기하고 시원했지만 그게 전부인 곳이었다. 곧 친구들처럼 그곳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곳으로 놀러 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아이는 청년이 되었다. 

 

마을이 작게 느껴진 그는 곧 마을 떠나 도시로 먼 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고향에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호수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게 잊어질 쯤이었다.

 

"스케이트 타러 와서 구경만 하냐~!"

"난 스케이트 못 타거든."

 

친구들과 놀다가 스케이트에 의해서 패인 자국들을 보다가 불현듯 잊고 있던 호수를 떠올렸다. 야, 내 고향에 녹지 않는 호수가 있어~, 하고 말하자 친구들은 그게 뭐냐고 낄낄거린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묻는 친구도 있고, 누군가의 저주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몰라~. 옛날부터 그랬어. 나도 한 번 가봤는데 그냥 꽁꽁 얼어 있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무슨 마법인 거 같은데 울 할아버지 어릴적부터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한 걸지도 모르지."

"그거 정말이예요?

"어?"

 

친구들에게 그렇게 떠들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귀의 한쪽에만 한 붉은 술의 귀걸이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이. 갑자기 끼어든 것에 사과하면서 그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녹지 않는 호수라니 저도 보고 싶네요."

 

귀걸이를 한 그 사람의 말에 자신도 갑자기 호수가 보고 싶어졌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서 청년은 몇 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덜컹이는 기차 안에서 그는 자신이 어릴적부터 뭔가가 보고 싶어서 여행을 했지만 그것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향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저물고 있었기에 내일 호수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집으로 바로 가려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호수가 더 선명하게 생각났다. 사라져가는 햇빛, 어두운 숲길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 끝에 있던 건-.

 

"저기, 이런 말 하는 거 조금 웃긴데 말이예요."

 

그가 말할 때마다 붉은 귀걸이가 흔들린다.

 

"지금 호수를 보러 가도 될까요?"

 

웃기는 일이다. 그와 만난지 이제 이틀이 지나가는데 그 말을 거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어린 시절처럼 어른들 몰래 호수로 향했다. 이전보다 더 울창해진 수풀을 지나면서 뭔가가 등 뒤를 쫓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앞으로 향한다. 쌀쌀한 한기와 함께 기억 속 호수에 도착하였다. 아, 이 호수 원래는 더 컸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아졌나? 아니,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호수가 정말 이쁘네요."

 

발 밑에 고이는 하얀 한기를 보면서 기억을 더듬는다. 어릴 적 친구들과 호수를 봤을 때도, 그 전에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보다 더 옛날, 옛날, 여기에 인간의 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이 있었을 때 일. 몸에서 피가, 생기가 빠져 나갔다. 그런 자신을 끌어 안고 속삭인다.

 

여기에 

이 호수를 통째로 얼려서

너를 담는 관으로 만들거야.

 

짜증을 부리는 듯한 툴툴거리는 것 같은 그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호수를 구경하는 옆 모습이 보인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면 나도 돌아올게.

 

그래, 그런 약속을 했지. 하하, 청년은 웃음을 터트렸다. 호수를 구경하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결국 웃고 말았다. 달빛에 반짝이는 호수가 조금씩 녹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곧 관에서 우리의 시체를 꺼내서 제대로 땅에 묻어주자. 그런 다음 우리 사이를 다시 정해보는 것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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