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페트라

페트산-2세

notion5846 2025. 1. 10. 23:56

어느 날 허산은 알을 주웠다. 정확하게는 어디선가 툭 떨어졌다. 검은색의 타조알 크기로 제법 큰 이 알은 검은색으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알이었다. 태릉에는 이런 알이 없는데 어디서 나온 알인걸까. 혹시 페트라가 또 무슨 마법이라도 썼나 싶어서 알을 들고 페트라를 찾아갔다.

 

"페트라, 이거 혹시-."

"뭐야?"

 

베게를 들어 올린 페트라가 가만히 알과 허 산을 번갈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허 산이 슬쩍 옆으로 물러서는 순간 강화 마법이 걸린 베게가 허 산을 지나 벽에 박혔다. 화를 내고 있군. 근데 왜? 허 산은 제 손에 들린 알과 다시 다른 베게를 드는 페트라를 번갈아 보았다. 물론 평소에도 버럭버럭 소리 치기는 하지만 화는 아니다. 그치만 지금은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다. 남들 눈에는 그게 그것겠지만 허 산에게는 확실히 구별이 갔다.

 

"혹시 이거 그대의 알이오?"

"뭐?"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거 같다. 저 어이 없어 하는 표정으로 봐서는 이게 무슨 알인지 알지만 적어도 본인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허 산은 장난스레 웃으며 알을 페트라에게 내밀었다.

 

"그대가 잃어버린 물건인 거 같으니 돌려드리겠소."

"너 그게 뭔지 알고는 하는 말이냐?"

 

어이 없다는 얼굴을 하더니 알을 받아든 페트라는 구석에 이불을 잔뜩 꺼내서 알을 내려놓고는 길게 한숨를 내쉬었다.

 

"이건 알이라구."

"혹시 진짜 그대 알이오?"

"하나 낳아주랴?"

 

농담 삼아 던진 말에 페트라가 고개를 기우뚱 하더니 말하고는 다시 검은 알에 시선을 돌려서 손수건을 들고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낳아 준다고? 허 산은 잠시 페트라의 몸을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 해봐라고 하면 진짜로 할 거 같으니까 말이다.

 

"그보다 이 알 대체 어디서 난거야? 어떤 멍청한 드래곤이 자기 알을 잃어버리냐는 말이야."

"오호, 드래곤의 알이라고 하셨소?"

"욕심 내지마. 친부모 드래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가 네가 욕심 낸 걸 알면 진짜 가만히 안 있을 걸?"

"그대가 지켜주면 되지 않소?"

"하, 바보 같은 소리 하네."

 

그러면서도 안 지켜 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허 산은 페트라의 머리를 슥슥 쓰담았고 페트라는 미간을 찌푸렸을 뿐 별 말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은 알을 포대기에 잘 싸면서 누가 널 잃어버렸니~ 같은 말을 하면서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마법이라도 걸었는지 아직 살짝 기침을 몇 번 하고 알 옆에 드러 눕는다.

 

"뭐, 일단 어머니에게 연락해서 알 잃어버린 드래곤이 없는지 알아 봐야겠네. 보호 마법 걸었으니까 누가 훔쳐 갈 일이 없을테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켜주라."

 

마법을 생각보다 크게 쓴 건지 그 한마디만 하고 그대로 알 옆에 드러눕고는 눈을 감는다. 흠, 이렇게 마음대로 몸을 상하게 만들다니 그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허 산은 다른 이불을 가져와 페트라에게 덮어주었다. 혹시 몰라 알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페트라의 머리카락을 묶어서 사과 머리도 만들어 보고 알에 이불이 흘러 내리면 다시 덮어주었다.

 

그러보니 아까 페트라가 한 말, 낳아준다는 말이 생각나버렸다. 마법이라면 자식도 만들 수 있는건가? 하지만 쓰면 쓰는대로 그의 몸이 상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지. 허 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일어난 페트라는 어디선가 부엉이를 불러서 뭔가를 속삭이고는-아마, 알에 대해 말하는 것일테지-날려보냈다.

 

"이거 갑자기 부화하지는 않겠죠?"

"아닐 걸? 상태 보니까 부화할 시기는 아닌 거 같아."

"그거 다행이구려. 그대 몸이 더 상하는 건 사양이니 말이오."

"별 거 다 걱정하, 아, 내 머리 이거 뭐야!"

"선물이요."

"누가 비단끈은 이런 식으로 줘!"

 

평소처럼 짜증을 내면서 페트라는 다시 알쪽으로 다가갔다. 한동안은 페트라는 알에 집중 하였고 허 산은 그런 페트라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거나 잠들면 이불을 덮어주었다. 무슨 고집인지 알 옆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걸 보니 저 알, 몸이 상하기 전에 부모가 오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알에 고작 자신이 질투를 느끼나? 허 산의 생각이 슬슬 다른 곳으로 급회전을 할 쯤, 페트라가 날려보낸 부엉이가 너울을 쓴 이와 함께 돌아왔다.

 

천이 어찌나 긴지 몸을 전부 휘감은 거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 그것은 페트라가 알을 건내자 기뻐하는 목소리를 내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남편이, 알을 이동시키다가 떨어트렸다고 신세를 졌다고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던 그것은 천 사이로 긴 팔을 내밀었다.

 

"별 거 아닌 답례입니다."

 

조그만한 주머니를 페트라가 얼른 두 손으로 받자 그것은 그대로 허공으로 녹는 것처럼 휙 사라졌다.

 

"뭐입니까, 그건?"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주머니. 안에 금붙이 몇 개 들어있겠지. 주머니 너 가질래? 이것저것 많이 들어 갈 걸.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는 궁금하네. 태어나면 보러 가야지."

"당신 태릉 애들이랑 놀아주는 것도 그렇고 애 좋아합니까?"

"넌 싫어?"

 

딱히 별 생각 없지만 있으면 지금보다 그가 더 고생하겠지. 그건 별로인데, 허 산은 페트라를 닮은 아이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페트라를 떠올렸다가 지웠다.

 

"당신만 있으면 됩니다."

"방금 그 말 엄청 닭살 돋는다."

"사실인데요, 뭘."

 

허 산의 웃는 얼굴을 보던 페트라가 손을 뻗어 평소처럼 그의 멱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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