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제갈 려

려진-환생 au

notion5846 2025. 1. 11. 00:00

그가 태어났을 때 그의 부모가 지은 이름은 려가 아니었지만 그는 제 이름이 싫었다. 사리구별 할 수 없었던 아기 일때도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거의 반응이 없었고 조금 큰 뒤, 그러니까 6살 쯤 제 아비의 집무실 앞에 누운 그는 덤덤하게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하였고 일주일에 걸친 투쟁의 끝에 그는 이름을 려가 되었다.

 

어째서 이름을 바꾸고 싶었는지 몰랐다. 그냥 그 이름이 제 이름 같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려 라는 이름을 고른 것도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제갈 려! 너는 대체 제갈 가문의 사람이 맞기는 한 거냐?"

 

아닐지도 모르지. 제 숙부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려는 방금 자신이 던진 비수를 보았다. 이런, 또 비수를 던져 버렸네. 제갈 가의 가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제갈의 무공과 지식을 익혔음에도 그는 의술에 더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 하거나 부채보다는 비수 던지는 걸 더 열심히 했다.

 

어릴적에는 그래도 어린 나이에 여러가지 익히면 좋겠다고 내버려 두었지만 약관의 나이가 넘어갈 쯤에는 제갈임에도 불구하고 저러는 그에게 수근거림이 따라 붙기 시작했다.

 

"넌 차라리 사천 당가에서 태어났을 놈이구나."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그 말을 하자 려는 자신의 약관 생일에 받은 부채를 제 아버지의 책상 던져 놓고 가출을 시도하였다. 약간의 소지품, 그리고 자신의 비수와 침을 챙겨 들고 가출을 시도하였다. 걸음은 당연하게도 사천이었다. 아버지의 집 나가서 고생하면 들어오겠지, 하고 말하는 것을 뒤로 하고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당가 앞에 도착하였다.

 

물론 다른 가문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는 것이 뻔했기에 려는 그 큰 대문과 경비경 앞에서 기다렸다. 무엇을? 모르겠다. 그저 기다리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경의 질문에 가출했다고 대답하면서 그는 자신이 뭘 기다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은 제갈에서 태어났는지도. 그래도 부채는 가져올 걸 그랬나. 그는 사천 당가의 문을 보면서 묘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다른 이들의 말대로 자신은 이곳에서 태어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봐,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괜찮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게 할게요."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 되지 않게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고집이 강했다. 6살 때 이미 제 이름을 바꿨고 누가 뭐라고 하든 약초와 책들에 파묻혀서 의술을 독학한 고집쟁이었다. 려는 그렇게 당 가의 대문 앞에서 3일을 보냈다.

 

경비원들이 말을 한 건지, 다른 당 가문 사람이 슬쩍 려를 보고 가기도 했으며 려는 그들에게 솔직하게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그 중에서는 제갈 세가의 괴짜인 려의 이야기를 들은 이도 있었다. 사천까지 소문이 나다니 별 일이라고 그는 그리 생각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너-."

 

초록색 장포에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이가 서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려는 그가 자신이 기다리던 존재라는 걸 알았다. 상대는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 것 같더니 입을 열었다.

 

"아려야."

"누가 아려입니까?"

 

이제야 겨우, 처음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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