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디자인이 좋으세요? 역시 심플한 게 좋을까, 유진? 하면서 려는 고개를 직원에게 추천 받은 반지를 유진에게 보여주었다. 아직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는지 멍한 얼굴로 반지와 려를 번갈아 보았다. 투명한 보석이 박힌 반지와 초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가 유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지?"
"네, 역시 유진한테는 초록색이 어울릴 거 같은데 아무래도 정인끼리 하는 반지라면 다이아도 괜찮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건 제가 사는 거 예요. 이런 거 하나 못 살만큼 못 벌지는 않으니까요."
유진은 다시 반지를 보았다. 직원이 웃으면서 그러면 이건 어떤가요 하고 꺼내는 다른 반지에 려가 고개를 돌린 사이 유진은 지금 자신이 받은 애정에 대해 머리를 진정 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 하였지만 그래도 머리가 굳어서 안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려는 반지를 정했는지 작은 상자를 점원에게서 받아 유진을 불렀다.
"하도 안 정해서 멋대로 정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아니, 네가 고른 건데 내가 마음에 안 들릴 일가 없지 않느냐."
가게를 나와서 북적이는 거리에 다시 나온 유진은 려에게 손이 잡힌 체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높은 건물과 처음 보는 옷을 입은 사람들, 말도 없이 달리는 차들. 이 낯설고도 어지러운 세상에 온전히 너를 보고 있다. 버스라는 것에 타서 조금 더 이동하자 도착한 곳은 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있는 곳이었다.
"마침 꽃 축제를 하는 중이었거든요."
"꽃들이 참 많구나.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니?"
"물론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주기에는 아깝잖아요."
"응?"
종이 가방에서 아까 산 반지를 꺼낸 려가 미소 짓는다. 처음 맡는 꽃냄새가 사방을 채운다. 상자 안에 있던 반지는 초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든 려가 조심스레 유진의 왼손을 잡았다.
"앞으로 누가 번호 달라고 하거나 그러면 이미 임자 있다고 반지 보여주십시요."
손가락에 닿는 모든 감촉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니까 어르신 앞으로도 계속 이 세계에서 당신을 책임 질테니 나랑 언제나 함께 있어주세요."
"나참,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살랑살랑 부는 따뜻한 바람에 맞춰서 유진은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