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피의 양을 보니 살기는 글러먹었군. 고공은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시야는 아직 멀쩡하다. 오른쪽 손에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움직여지고, 옆구리가 쑤시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다.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고르고 있는 아이가 불안한 눈으로 금창약을 꺼내려는 것을 고공은 제지하였다. 이꼴로 약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아보, 아직 놈들의 포위망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았을겁니다. 시간만 끌면 당신 하나쯤은 빠져나갈 수 있을겁니다.""싫어요.""싫다고 고집 부릴 일은 아닐텐데요? 지령서를 무사히 전달하는 게 우리 일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닐텐데 고집 부리지 마세요." 몸을 일으켜 본다. 아직, 살아있다. 그는 자신과 비교해서 멀쩡한 상태인 아이에게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