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93

저승사자 고공&영안 아보

흐르는 피의 양을 보니 살기는 글러먹었군. 고공은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시야는 아직 멀쩡하다. 오른쪽 손에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움직여지고, 옆구리가 쑤시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다.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고르고 있는 아이가 불안한 눈으로 금창약을 꺼내려는 것을 고공은 제지하였다. 이꼴로 약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아보, 아직 놈들의 포위망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았을겁니다. 시간만 끌면 당신 하나쯤은 빠져나갈 수 있을겁니다.""싫어요.""싫다고 고집 부릴 일은 아닐텐데요? 지령서를 무사히 전달하는 게 우리 일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닐텐데 고집 부리지 마세요." 몸을 일으켜 본다. 아직, 살아있다. 그는 자신과 비교해서 멀쩡한 상태인 아이에게 품에..

1차/고공&의진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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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쾌하다. 욕조가 있다. 욕조 안에 자신이 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뻗어 있는 자신이 있다. 반쯤 물에 잠겨 있는 자신을 내려보는 자신이 있다. 꿈이라서 그런지 시야가 기묘하다. 넘쳐 흐르는 물은 곧 붉게 변한다. 물 속의 자신이 밖에 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네가, 네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라고 묻는 얼굴. 재수 없군. '기분 나쁘다.' 눈을 뜬 리드는 아직 어두운 천장을 노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 무슨 요일이었지? 하이가 가게에 나가봐야할테니까 아침을 차려야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멍하게 후라이를 만들고 있으려니 춥다. 슬슬 날씨가 이제 따뜻하게 입어야 할 때군. 전기 장판 꺼내야하나? 그런 생각하는 사이 ..

1차/리드 2024.11.09

설청

세상에 게이트라는 것이 나타나고, 몬스터가 나타나고, 초능력자들이 나타나도 이청현의 삶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에도 마음이 붙지 않으니 부평초처럼 떠돌아 다니며 살았다. 그에게 인생은 잔잔한 강이었다. 아마 평생을 그리 살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그것은 번개처럼 나타났다. 여행 중에 들린 대도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와 마주쳤을 때 얼마 되지 않는 능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을 때 위에서 떨어진 뭔가가 몬스터를 땅에 박아버리는 것이 번개 같았다. 그 하얀 머리카락과 하얀 옷까지 그것은 마치 하얀 번개와도 같았다. "괜찮습니까?" 자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 청현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밑에 깔린 몬스터가 새하얀 서리로 뒤덮힌다. 아, 이 사람 빙결계 능력자인가보다, ..

1차/이청현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