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사람들 사이 그 분홍색을 발견한 아보가 인사를 건내자 그는 살짜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 웃으며 그렇네요, 하고 대답해왔다. 이제는 그가 묘하게 거리를 두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보는 섭섭을 느끼기 보다는 반갑게 인사하며 고공의 앞에 섰다. "여긴 어쩐 일인가요?""아, 이 근처에 산동악가가 있던가요? 별 일이 뭐 있겠습니까? 배달입니다." 그리 말하면서 자신이 짊어진 나무함을 가르킨다. 꼭 관짝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길쭉한 함 안에는 시체 대신 배달 품목들이 가득 들어 있겠지. 바빠 보이지도 않고, 걸음도 느긋해 보이고, 마을에 들린 걸 보며 배달이 끝난 걸까? "식사라도 하시고 가시겠어요?""아뇨." 거절 당할 것을 짐작했지만 저렇게 즉답으로 대답할 줄이야. 이만, 하고 등을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