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야, 가서 묘직(墓直)에게 이것 좀 가져다주렴. 옷가지 조금이랑 쌀이다. 가서 안부 좀 전해주고.""네!" 보따리를 받으며 수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을 나서서 번잡한 사거리를 가로 질러, 마을 외곽 묘지로 걸음을 옮긴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묘지 한가운데 있는 오두막의 문을 두들기자 안에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부시시한 검은 머리카락을 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콧잔등부터 그 밑으로 얼굴을 가린 복면을 쓴 밖에 보면 수상하다는 느낌을 잔뜩 주는 그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며 수아를 바라보았다. "이거 부모님이 전해달래요. 옷이랑 쌀 조금 넣었다고 안부도 전해 달래요." 보따리를 받아든 그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러보니 묘직이 말을..